2011. 5. 25. 07:27ㆍ삶의 모퉁이에서~
하나님은 어렵고 힘든 이들 곁에
살아 계신 것이 분명합니다.
6일간 술만 퍼먹고 3일을 먹지도 자지도 못하다 죽다 살아나서 느낀 것을 솔직하게 씁니다.
한동안 연극계의 서글픈 현실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정신없이 살다보니
혈압약도 먹게되고 담배도 끊으려 금연약까지 먹어야 하는 서글픈 40대 가장입니다.
우리나라 연극계는 대부분 순수한 사람들이 모여있고 그런 순수함이 좋아서
어려워도 연극판을 못떠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이런 연극계에 40여년 전부터 제 장인어른께서 들어오셔서 이런 순수한 분들 챙기려고 극단도 만들고 성좌소극장도 만들고 대한민국 최초의 공연들도 참 많이 올리며 묵묵히 장인정신으로 연극을 만들던 곳입니다.
그러나 40년이 흘러 남은 결과는 가지고 있던 극장도 어려운 연극인들 생각해서 대관료도 제대로 못받아 장인어른께서 사채까지 써가며 막아왔지만 결국 정년퇴직금까지 날리시고 제 장모님 정년퇴직금의 절반도 함께 날리시며 몇해 전 소천하셨습니다. 장인어른은 그나마 대학교수 직분을 가지고 계셨기에 더 오래버티셨지만 이런 연극판과 극단 성좌를 제 아내에게 혼자 남겨두고 가셨습니다.
이런 연극판에 들어와 아내의 요청으로 3년정도 온몸으로 버티다 보니 오늘날 연극계의 현실을 보고 경악과 개탄을 금치 못하면서도 애정을 가지고 소명처럼 일하는 시간들이 나름대로 즐겁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든것은 아무 문제도 아닙니다. 어려서 부터 고생은 친구처럼 생각하고 살아와서 그런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공연때면 제가 직접 대학로 담벼락에 포스터를 붙히러 나갑니다. 열심히 하면 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연극인 스스로가 왜 우리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나하는 자성과 반성 그리고 발전을 위한 노력들 보다는 순수함과 오래된 타성에 젖은 예술활동을 지속하고 있기에 그것에 크게 상심해왔습니다.
힘든 예술활동을 위해 저녁에 한잔 술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버티는 것을 잘알고 있습니다. 그런것이라도 있어야 버틸수 있습니다. 하기야 그런 쟁이 기질들이 있어야 이런 판에서 버틸수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그런것이 진정한 예술인들의 정신의 한 부분일 것입니다.
그러나 순수한 나머지 힘들고 어려운 일은 잘버티면서도 발전을 위한 변화에는 무척이나 둔감하고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순수함과 함께 겁들이 많고 낮가림이 심합니다. 고집이 심한 것처럼.....
저희 부부는 극단을 살리고 운영하기 위해 가진것, 번 돈은 대부분 집에 가져온 적이 없습니다. 이런 심정으로 지내왔는데 단원들의 생각과 입장은 조금 다릅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연극계의 현실이고 조금 더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유명한 연극인들이나 탈랜트들을 보면 이런 삶이 싫어서 이곳을 떠나 돌아오질 않습니다.
급기야 밥상을 차려만 줄것이 아니라 밥상차리는 법을 스스로 배우고 익히며 그런 저변의 확대를 기하고자 필사의 각오로 매진하면서도 예술인들의 성향이나 생활태도는 사회와 행정, 기획측면에서는 어린아이들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니 예술인들입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알고 명예를 알고 돈을 알면 예술인이 아닐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 같이 별별일 다겪어본 잡놈은 조금 다릅니다. 보이는 희망과 비젼을 향해 공부하고 노력하자며 독려하고 다독여도 사실 쉽지 않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일들은 일대로 진행하면서 소통이 잘되지 않는 그 고독함을 요즘 페이스 북이라는 곳을 통해 기획홍보도 할겸 시작했더니 이곳도 과히 연극판이나 다를바 없습니다.
저마다 자기생각뿐이고 소통을 서로하고 기쁨과 슬픔을 나눌수 있다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했는데 이곳에서도 인간의 모임에는 어디에나 있는 그런 저속함이 판을 치는 것을 보곤 심하게 상심했습니다.
저는 순수하지만 세상과 소통을 잘못하는 연극인의 표상으로 아내와 같이 페이스북을 합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려주고 싶고 좋은 사람들과 살맛나는 세상을 나누며 사는 기쁨을 누리자는 취지로.....
아무튼 이 모든일에 크게 상심해서 6일간 술만 퍼마셨습니다. 밥도 안먹고 눈만 뜨면 술을 겁없이 드리 부었드니 남는게 고통스런 술병과 주독뿐이 없습니다.
타고난 체질이 열이 많아 주독과 함께 심한 열이나 잠도 이루지 못하고 3일을 물만 마시며 보냈더니 희한하게도 정신은 아주 맑아져서 사물들을 보는 눈과 시야가 더욱 밝아집니다.
그리곤 분명히 보이고 들립니다.
밉고 원망스럽기만 했던 배우들과 스텝들이 측은해보이고 안타까워 보입니다. 제가 더 이해하고 챙겨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느리지만 아이큐 150이 넘는 아내가 그동안 과격하고 급한 성정의 저로 인해 얼마나 마음 아파했을지가 느껴집니다. 그리고 다른 배우들을 왜 더 깊이 이해해주고 사랑해주지 못했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저 바라만 보아주는것도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저를 항상 바라만 보고 나서지 않는 아내의 심정을 못 헤아렸을까 반성이 됩니다.
그리고 성격이 급하고 말이 많아서 허물 많은 저를 깊이 반성하게 됩니다.
말로써 가르치려 하지말고 삶으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또 합니다.
더 깊은 내공과 인격을 갖추기 위해 기다리며 침묵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가수 임재범씨의 <여러분> 이란 노래가 제게도 들리고 눈물이 흐릅니다. 그의 과거와 한에서 묻어 나오는 그 예술인의 처절한 절규가 저로 하여금 저의 과거와 화해하고 용서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예술은 위대한 것입니다. 주님은 가장 낮고 비천한 삶의 자리에 직접 오시기도 하셨고 그런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을 그런 사람을 통해서 모두를 치유하고 계셨습니다. 그런 예술인들을 통해서 세상에서 상처받고 한이 많은 사람들을 회복시키시고 계셨습니다. 저도 그 중 한사람이기에....
이번에 느낀 것이지만 제 아내가 참 대단한 연출가라는 것을 느낍니다.
대한민국을 열광시키는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가수중에 3명이
극단 성좌의 권은아 대표에 의해 오래전 BMK 김현정씨는 음악감독으로 데뷔를 하였고 윤도현씨도 처음 데뷔하게 되었으며 임재범씨는 지금의 아내를 제 아내를 통해 얻었다는 사실입니다.
오래두고 지켜볼만한 예술인이라고 팔불출처럼 생각합니다.
임재범과 투병중인 그 아내를 위해 함께 조용히 기도하는 제친구인 권태웅목사가 멀리서 전해주는 세상 살아가는데 필요한 시편 26편의 성경적 조언들이 새벽에 전화로 들려옵니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에 감격합니다.
그리고 연극계 원로이신 노경식 극작가님의 털털한 위로의 말씀에 큰 힘을 얻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매번 깊은 통찰력으로 예리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는 일본의 한형일 박사님, 순수함과 맑은 정신을 항상 일깨워 주시는 주기중 부장님과 하나 하나 알려주며 격려해주신 김욱 작가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깊은 사랑의 시각을 글로 눈뜨게 해주신 조정훈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조용히 지켜봐주는 대단한 아내를 제게 주신 바로 그 하나님이
늘 옆에서 지켜주시고 살아계시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임재범씨의 아내 송남영배우의 빠른쾌유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다시한번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가끔은 몸과 마음을 실제로 비워보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1년 5월 25일
一 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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