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국제연극제를 통해 본 문화예술계의 미래

2011. 3. 6. 06:33문화예술과 생활체육을 살리자

 

 

 

거창국제연극제를 통해 본 문화예술계의 미래 

 

 

 

 

올해로 23회를 맞는 거창국제연극제는 해외는 물론 전국의 연극인들과 많은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프랑스 아비뇽축제에 비견되는 거창국제연극제는 전국의 다른 연극제와는 차별화된 성공적인 축제로 그 준비과정을 학습하러 아내인 극단 성좌 권은아 대표와 차로 데이트를 즐기며 거창을 다녀왔다.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충남 청원을 지나 전북의 덕유산 국립공원의 무주구천동을 돌아 경남 거창으로 가는 길은 참 좋았다. 이젠 대한민국 곳곳의 도로나 길들이 구석구석 다니기에 편하고 도로도 주행하기 좋았지만 무작정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주행하다보니 덕유산 국립공원을 거치는 길은 의외로 장관이었다 전북 무주와 경남 거창을 잇는 덕유산 국립공원의 길은 마치 강원도의 대관령을 넘는 축소판 같은 길이였다.

멀리보이는 아직 녹지 않은 눈덮힌 산들과 쭉쭉 뻗은 침엽수림들, 자태가 웅장한 오래된 소나무들을 보며 돌아드는 그 길에서 머리속까지 상쾌함을 맛보았다.

서울에서 찌든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리려고 차문을 열어 달린다. 아직은 차가운 맑은공기의 그 신선함을 서울사는 사람들은 자주 경험해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버티고 살아갈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관을 구경하고 바로 거창국제연극제 집행부에 인사차 들러서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이자 사)경남연극제육성진흥회 회장님이신 이종일 집행위원장님께 인사를 드렸다.

이종일 위원장님은 교육계 출신으로 23회를 맞는 거창국제연극제의 산 증인이시고 넘치는 열정으로 프랑스 아비뇽축제에 비견되는 거창국제연극제를 오늘에 있게 한 장본인이다. 사실 대한민국에 많은 연극제가 있지만 거창국제연극제는 타에 모범이 되고 그 내용과 수준 또한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이루어 놓은 일들이 고생하고 수고하는 집념의 예술인들이 똘똘 뭉쳐서 이룩한 것이다. 

한 여름 휴가철인 7~8월에 진행될 거창 국제연극제를 위해 기획홍보 뿐 아니라 집행부가 3월 초인 지금도 바쁘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미리 준비하는 손길들을 통해서 빛나는 공연예술축제가 탄생되는 것이라는걸 느낄수 있었다. 

 

살아계실때 연극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시던 극단 성좌의 창립자이신 故 권오일 선생께서는 생전에 이곳 거창국제연극제에 각별한 애정을 쏟아 부으셨고 그런 연고로 극단 성좌는 십수년째 이곳 연극제에 초청되어 공연을 올리고 있다.

잘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공연을 잘 하는 것이 전부이고 그것을 장인정신으로 만드는 것이 극단 성좌의 설립자의 유지이며 그 유지를 계승발전시키며 노력한다. 

이곳 경남 거창의 극단 입체에서 공연할 <눈바라기>란 공연의 연습과정을 거창연극학교에서 참관하였다.

모두들 진지하게 실제공연을 방불케하는 연습과정에 몰입되어 있었다.

    

 

이종일 집행위원장님과 담소를 나누고 연습과정을 거창연극학교에서 지켜보며 어느새 밤은 깊어갔고 거창연극학교에서 바라본 거창의 밤하늘은 그리 아름다울수가 없었다. 별들이 어찌 그리 많고 총총하게 빛나고 있는지 이곳의 밤하늘은 어느나라의 밤하늘인지 축복받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로 오랜만에 이런 밤하늘을 구경하는 것이어서 마냥 행복했다. 쏟아질것 같은 그 별들속에 유난히 빛나는 초롱초롱한 별을 발견했다.

나는 살아오면서 밤하늘에 가장 크게 빛나는 살아있는 듯한 별을 몇번 본적이 있다.

사람은 죽으면 별이 된다는 신화를 나는 어느덧 믿고 살고 있었다.

3년 전 장인어른이신 故 권오일 선생께서 돌아가시고 한동안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아내와 단원들을 데리고 강원도 속초의 바닷가 밤하늘에서 유독 너무나 크고 초롱초롱 빛나는 별을 발견했다.

사람이 죽으면 밤하늘의 별이 된다고 했던가...  

엄청나게 큰 별의 유독 밝아졌다 사그러졌다 하는 그 빛남은 나로 하여금 장인어른의 별이라고 믿게 하였다. 그리고 나를 향해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느낀다.

살면서 이런 말들을 아내와 아들에게 하면 바보 취급을 받지만 그래도 나는그리 믿는다.  

연극인들을 이해하고 예술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거창군의 밤하늘에서 또 그 별의 반짝임을 보았다. 번쩍번쩍하며 밝아지는 그 별을 나는 왜 영감으로 받아들일까....

극단 성좌는 한자로 星座다. 별 성 앉을 좌, 별자리다.

성좌라는 극단이름을 지으시고 권오일 선생은 40년 넘게 연극발전만을 위하며 한 평생 장인정신으로 살아오셨다.

서울대 출신으로 시립대 교수라는 직책에 그 월급과 퇴직금까지 쏟아부으며 가정은 돌보지도 않고 오로지 연극인과 대한민국 연극발전만을 위하셨다.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으로 재직하실 당시에는 극단에 돌아올 수 있는 모든 혜택을 철저히 차단하고 외부에만 도움을 주신 나머지 한때 50여명의 단원을 보유한 극단 성좌의 내부 살림살이와 형편은 악화일로를 걸어왔었다.

    

평소 말없이 고매한 인품으로 살아오신 그분은 많은 이들에게 인자하시고 전국의 연극인들과 대학로 연극인들을 챙기셨지만 살아 생전에 유독 나를 미워했다. 나는 연극인 출신이 아니지만 살아 생전에 가장 가까이서 장인의 마음을 헤아리며 지켜보았다. 작품과 연극에 온 정신을 쏟고도 당뇨와 심부전증으로 아픈 몸을 숨기며 절대 타인들이 눈치 못채게 살아온 그 분을 안다. 어쩌면 숨이 멈추기 바로 전까지도 자신의 뜻대로 예술인의 자존심을 꼿꼿히 지키며 사실수 있는 것인지.... 그런 장인어른의 유지를 이어받아 연출가의 길을가며 40년 넘게 곱게만 키운 가장 아끼는 딸의 마음을 내가 전부 훔쳐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맘 편히 믿을 사람이 없으셨는지 돌아가시기 전 병원도 나를 불러 가자고 하시곤 입원후 며칠동안 그리고 운명하시는 그 순간에도 나는 끝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장인이 생의 마지막 고해성사를 목사님과 하실수 있도록 했고 그 순간에 남자끼리 약속을 했다. 남겨진 가족들은 내가 지킬테니 걱정마시라고 소천하시기전 그렇게 남자끼리 약속을 했다. 지금 내가 극단 성좌의 제작이사로 성좌컴퍼니의 대표로 있으며 밤잠 안자고 일하는 이유다.

  

 

경남 거창의 수승대관광지는 가본 사람이라면 알지만 그 경치가 수려하다.

보통 한국의 계곡은 좁고 가파르지만 수승대 일원의 그 계곡들은 넓고 물도 깊지 않다. 그 주변도 소나무와 자연친화적 환경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실제로 서울에 사는 이들이 이 계곡을 만나면  경남 거창이란 곳이 환경오염도 적고 맑은 공기와 깊은 산골에서나 느낄수 있는 계곡과 나무와 낮은 산들과 숲들을 만나게 된다. 해마다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의 여름 휴가철이면 거창국제연극제가 개최되고 관광객과 피서를 즐기려는 인원들로 가득찬 희한한 예술도시로 변한다. 

국내에 이런 예술에 대한 열기와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축제를 아직 본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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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수승대 관광지 일원에 8개가 넘는 야외공연장에서 세계 각국의 공연들과 퍼포먼스, 국내 유명 극단들의 공연과 활기넘치는 예술인들의 상호교류, 일반 피서객들의 열기와 환호로 한 여름밤의 색다른 세상이 되는것을 목격했다. 특히나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던 인파는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인근에 가족단위로 야영을 하고 주변 숙박업소에 짐을 풀고는 공연의 관람객으로 휴가 기간동안 예술과 공연을 즐긴다.

 

 

2010년에 여름에 극단 성좌의 <블랙코메디> 공연을 이곳에서 올렸지만 하필 공연시작 1시간전부터 억수같은 비가 쏟아졌다. 공연이 시작되고 공연을 마친후에 비가 그쳤다. 500석 규모의 야외 공연장에 1시간전부터 억수같이 비가 내려도 300명 정도가 입장했다. 공연내내 더욱 줄기차게 비가 내려도 우비를 입고는 5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관객들은 그대로 객석에 앉아 있었다.

미친 관객들이였다.

공연이 끝날때까지 몇명을 제외하고는 그대로 앉아서 공연에 몰입했다. 우산과 우비를 쓰고 추운데도 공연에 집중해서 박장대소하며 관람에 집중하는 그 관객들을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리곤 그런 고마운 관객들에게 보답하듯 멋진 연기를 보이는 배우들과 스텝들은 어느새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실로 예술과 스포츠가 아니면 이룰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였고 그런 공연은 서울로 올라와 무대에 올린 그 공연내용이 더욱 좋아질수밖에 없었다. 물론 비가 안내린 그 다음날 공연은 500석 모두 매진이였고 입석으로 사이사이 끼여 앉아 관객들이 빼곡히 더 들어찼다.

 

 

20여명 가까이 하는 우리 단원들과 스텝들도 작년엔 휴가를 이곳에서 보내기로 하고 휴가를 같이 보낼 가족들도 모두 동반하라고 해서 휴가를 같이 보냈다. 사실 예술을 한답시고 가족들을 모두 희생시키며 휴가기간을 보낸다는 것은 옳지않다고 나는 믿는다. 일을 하는 현장에 가족들을 동반하면 마치 일에 집중도 못하고 옳은 일이 아니라는 통념을 사정없이 깨버렸다. 그리곤 연극제측에서 준비해준 충분한 숙소를 이용하며 휴가비용은 극단측인 우리가 부담했다. 사람들이 드문 수승대 외곽의 한적한 계곡에 자리를 마련해 단원들과 그 가족들이 바베큐를 즐기고 함께 뛰어놀고 계곡에서 물장구를 즐기며 공연을 하는 동안 가족들도 예술인의 가족으로 함께 호흡했다. 엄마와 아빠의 삶을 이해하고 운명공동체로서의 단원들의 삶과 그 가족들의 삶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며 같은 공간에서 형성되는 일체감(identity)은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배우로 산다는 것은 아직 이 나라 이 대한민국에서는 힘들고 험난한 길인것을 잘안다. 언젠가 좋은 시절이 올수 있도록 조용히 노력할 뿐이다. 나는 가끔씩 하나님이 왜 이런 연극배우들 곁에서 그들을 챙기며 그들을 이해하며 나를 살게 하시는지를 반문 할때가 있다.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내가 아는 연극배우들은 대부분 순수하다. 순수하지 않으면 배우를 못한다. 순수하지 않으면 연기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순수한 그들이 혹여 자기중심적인 에고이스트(Egoist)들이라 가끔은 내 가슴에 상처를 남긴다해도 때묻지 않은 영혼의 소유자들인 그들의 삶을 두루 유익하게 챙기라는 것으로 받아들이며 산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 집행위원회 사무실에 들러 거창국제연극제의 이종일 집행위원장님의 부인인 조매정 극단 입체의 대표님을 만나 뵈었다. 28년째 경남 문화예술계의 산파로 23년째 거창국제연극제의 실무 총책임자로 기획실장과 사무총장으로 오랜기간 고생을 묵묵히 해오신 분이셨다. 이종일위원장님의 오늘이 있기까지 뒷받침은 그 분이 혼자 다하시고 산 것이다. 대부분의 예술인들은 세상물정과 행정기획능력은 전무하다. 신이 예술에 집중하는 머리는 주시되 다른 머리는 안주신게 분명하다. 그나마 이종일 위원장님은 교육계 출신이라 틀리지만 예술인들은 재정이나 기획홍보관련업무나 일반업무를 추진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대부분 초등학생수준이다. 그래서 신이 공평하신 것일지도 모른다. 그동안에 조매정 대표께서 살아오신 그 고생의 뒷이야기를 들을수 있었고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는 나는 200% 공감하며 서로의 아픔과 고민을 털어놓고 위로 할수 있었다. 오늘의 거창국제연극제를 만들고 유지하는 그 큰 힘이 공무원 출신이신 바로 이분 조매정 대표에게서 나오고 유지되어 왔다는 것을 남들은 잘 모른다. 여성이지만 이 대단한 많은 일들을 손수 챙기고 있었고 그 동안의 고생과 스트레스를 혼자 안고 계셨다. 거기다 경남의 지역문화 네트워크 형성과 예술교육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이런 모범이 되는 예술관련 모델이 없다고 본다. 특히 연극계에서 서울의 대학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을 하고 계셨다. 사실은 연극계의 활로나 극단의 활로는 이런 부분이 종합적으로 연구되고 연극계의 미래도 이런 연극제의 유치와 진행, 연극학교의 운영과 지역문화와 네트워크의 형성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비젼을 찾을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공익차원에서 예술인들이 사회와 지역에 서브(serve)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해나가면서 예술작업도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이 대단한 대표님과 헤어질때 내 입에서는 "건강하셔서 경남에서 잘 버텨주셔야만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 연극계에도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진심으로 경남 예술계의 큰 축인 조매정 극단 입체의 대표님이 격무로 인한 많은 스트레스와 건강에 유의하셔서 강건하시기를 바래본다.

 

서울로 향하는 차안에서 올해 여름휴가는 많은 분들이 거창 수승대 일원의 훌륭한 경관의 자연과 다양한 예술공연에도 마음껏 흠뻑 취할수 있는 특이하고도 색다른 예술의 현장에서 가족과 연인, 지인들과 추억에 남는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2011년 3월 6일

 

一  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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